중앙아시아의 ‘황금 시대’… 천산산맥과 크질쿰 사막의 금광이 만든 경제 호황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 지역은 풍부한 금 매장량을 자랑하며, 세계 최대 노천 금광 중 하나인 우즈베키스탄 무룬타우와 키르기스스탄의 쿰토르 광산 등이 위치해 있다. 최근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당 국가들은 수출 확대와 경제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금값 사상 최고치… 중앙아시아 경제에 활력
금 가격은 2019년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금이 주요 수출품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에서는 금이 최대 수출품이며, 지역 최대 경제국인 카자흐스탄에서도 주요 수출품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국영 기업 나보이 광업 및 야금 회사(NMMC) 는 세계 4대 금 생산업체로, 2023년 한 해 동안 국가 수입의 약 6분의 1을 책임졌다. 올해 금값이 더 치솟으면서 이 회사의 영향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중앙아시아의 경제 성장률을 5.7%로 예상했는데, 이는 신흥 시장 전체 평균인 3.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금이 통화 안정도 돕는다.
금 붐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정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올해 1월 텡게화가 달러 대비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 정부가 보유 중이던 금을 일부 매각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의 금 보유량은 250억 9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역시 서방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산 금에 의존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중앙은행은 국제 금융 메시징 시스템인 SWIFT를 거치지 않고 금을 활용한 거래를 진행하며 대러 무역을 이어가고 있다.
각국, 금 생산 확대 박차… 외국 투자도 활발
금 가격 상승과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금 생산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2030’ 전략을 통해 향후 10년간 금 생산량을 50%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경제 개입을 줄이고, 외국 자본 유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즈베키스탄 국영 기업 NMMC 는 런던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 가치는 4억 파운드(약 52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일대일로(벨트 앤 로드) 프로젝트 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금 채굴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특히 타지키스탄의 상부 쿠마르그 광산 개발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등 경제적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의 중앙아시아 진출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키르기스스탄의 쿰토르 금광 이다. 해당 광산은 캐나다 기업 센테라 골드 가 수십 년간 운영해왔지만, 2021년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세금 문제와 환경 피해 논란을 이유로 강제 인수했다.
금 가격 상승이 가져온 변화… 투자는 계속될까?
금값이 치솟으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활용한 경제 성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금은 환율 방어, 국제 무역, 외국인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다만, 외국 기업들이 정치적 불확실성과 규제 변화를 우려하는 만큼, 중앙아시아의 금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금의 매력은 그 어느 때보다 크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